만취



눈이 부시다
백척 부처의 가슴도 뜨겁다
어느 목숨이 저리도 붉게 타
온 산에 누웠느냐

설령 황홀한 이별이 있어
진홍의 눈물을 뿌린다해도
어찌 이끼낀 산사의 지붕마저도
감추려 하느냐

돌 틈에서 솟는 샘물도
풍경을 흔드는 바람마저도
색색의 물이 들고
고목의 주름진 이마도
나이답지 않은 천연색이다

젖은 마음이나 한 장 말려 볼까하고
보광사에 올랐건만
햇살도 넋을 잃은 붉은 치마폭에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술잔만 엎지르고 내려간다


| 바람 난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