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가슴에 안고 사는

 

너는 참 행복하겠다
안개꽃 부드러운 볼을 어루만질 수도 있고
향기 짙은 흑장미의 가는 허리도
살짝 안아 볼 수 있지 않느냐

고고한 백합도
너의 품안에서는 늘 다소곳하고
길가에 흐드러진 들국화도
네 안에 있으면 수줍도록 아름답다

태어나고 자란 이야기와
누구에겐가 전하고 싶은
작은 눈짓의 의미도 너는 알겠고
가끔 여름하늘처럼 빛나는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어 좋겠다

모두들 다른 의미가 되기 위해
저 웃음과 향기 뒤에 숨겨두고 있는
가위에 잘린 아픈 상처들
너의 그 흙내음 가득한 가슴으로 품어 줄 수 있어
더욱 행복하겠다




| 가을비
| 너희가 양수리를 아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