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산 날 밤

 

겨울밤이 짧다
밤새 뒤척이던 몸은 앞뒤를 잃은 채
흥건히 젖어있고
모래 위에 대궐을 짓던
손발이 불거져 운다

너울진 파도에 찢긴 가슴조각이
짠 내를 못이긴 채 자작거리는 아침
기름기 빠진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은
눈을 감지 못한 채 해풍에 널려있다
덜 깬 꿈에 속을 내어 보이는
단정한 일억 오천짜리 유가증권
물빛을 잊은 채 넋이 없다

세금을 공제하고도 족히 일억
껍질만 번듯한 빈 벽에도
도시의 풍경화 한 폭 걸고도 남음이다
이불 속에서 수없이 이루어진
설계변경 잦은 주문에
끝내 지붕을 얹지 못했지만
성근 풀꽃이 시들어 가는 언덕에도
바람이 드나들던 뼈마디에도
따슨기가 식어 가는 아랫목처럼
색깔 바랜 기다림이 있다

빈 울음만 크게 들이쉰 안개등
문살에 걸린 어둠 걷어 내고 쓸어 내어도
이 밤 내내 환전한 눈물겨운 가치
짓밟고 가지는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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