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에 우는 꿈
묵은 잎이 몇 장 매달린 미루나무 가지에 방패연 하나가 걸려 있다 뻥 뚫린 가슴으로는 시린 하늘이 가득하고 삦겨진 살점에 외진 꼬리만이 파르르 떤다 처음 하늘을 대할 때 목 메인 자유를 거부하며 수없이 곤두박질 치던 자리 흰옷자락 붉은 상처가 자욱하고 마침내 오르던 창공, 그 가슴 벅찬 환희가 지금도 푸른 대나무 껍질에서 멈출 줄 모른다
끝이 없어 더 아름 답던 숨을 안 쉬어도 숨이 차지 않던 세상의 모든 아픔도 한 점으로 사라던 곳 그 이슬바다 그리워 은빛 명주실에 차가운 북풍의 무게를 실어 보지만 끊어진 연줄이 창호지 언 볼만 부빌 뿐 어쩌다 낙하한 이 자리 미루나무 가지는 굳은 팔을 놓지 않느다
다시는 떠오를 수 없는 안타까움에 마른 가지마져 울고 있는데 먼발치서 동동거리는 아이 글썽이는 눈망울에는 파릇한 꿈 하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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