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가

 

왜들 이렇게 성급한 건지
회색 다발로 묶인 하늘이나
거꾸로 물든 세상도
아직은 고른 숨을 쉬고 있는데
그리도 쉽게 인연의 태를 끊어 내는가
여름 한낮 시리던 폭양 아래서
두 볼을 비벼대며 나누던
푸른 사랑이
갑자기 부끄러워 진 건가

살을 비집고 나오던 새움을
솜털같이 어루던 숨결
그 깊은 느낌의 강을
어이 건너려는가

아무도 없는가
몇 남은 잎사귀를 흔들며
사방에 물어보지만
그 목청 좋던 가을 새도
빈 가지에 울음을 걸어둔 채
떠나고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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