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무등산은 모르고 있었다
해가 지는 것도
여기저기 모여선 갈대들의 웅성거림도
굽은 길에 비켜선 은행나무
조금씩 마음이 변해 가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산자락에 묻어둔 아픔이
하나 둘 불빛 되어 타오르고
거리에 터미널에 술집에
폭죽처럼 터지는 웃음소리에도
무등산은 말이 없었다

가장 아름다운 빛과
가장 뜨거운 강물이 만나
푸른 아침을 꿈꾸는 자정에도
쏟아진 별들이 옷을 갈아입는 새벽에도
무등산은 모르고 있었다

눈부신 태양을 품고 있는 것도
세상에서 제일 가슴이 넓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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