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
놓아야지 놓아야지 하면서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는 세상의 욕심들 산사의 향불 위에 사르고 올까 내소사로 갔습니다
일주문 지나 하늘을 가려버린 키 큰 전나무와 땅으로 내려앉은 앉은뱅이 대나무들 말은 않지만 서로 속진 응어리 바람소리에 묻어 있습니다
절 집 앞을 지키는 이들도 저렇듯 버리지 못하고 사는데 하물며 이 속물이야
가진 욕심 사를 생각도 못한 채 머리에 눈을 이고 맑은 꿈에 잠긴 대웅전 꽃살 무늬만 바라보고 섰다가 돌아 나왔는데 술 저문 버스 칸에 앉아서야 내 마음 하얗게 빈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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