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

 

겨울바다로 갔습니다 바람이 묻은 모래알들이 파르르 어깨를 떨며 고운 걸음을 떼어놓는 곳 그 바다를 찾아갔습니다 수평선 저 멀리서부터 낮게 숨어들며 푸른 가슴을 하얗게 부숴 내는 파도가 사랑처럼 멈추지 않는 곳 그런 겨울 바다를 찾아 갔습니다 붉은 해송이 가지를 털어 까칠한 입술을 덮어오는 빈배 보다 더 비어 마 음껏 당신이 충만할 겨울바다로 설레임 가득 안고 나는 갔습니다 그러나 추적추 적 하늘이 젖어오고 미끄러운 갈매기의 날갯짓이 내 가쁜 숨을 밀어낼 뿐 당신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다만 절벽아래 저렇듯 당신의 가슴을 켜켜이 쥐어뜯고 새까 맣게 태운 채 은빛을 거두어 홀연히 떠나버린 사람의 야속한 발자국만 철벅철벅 아직도 소리내어 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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