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좋은 이유

 

용산 행 직통열차 부천역 2번 홈
마지막 칸 끝에서 두 번째 문으로
오늘도 나는 전철을 탄다
들어서며 왼쪽 편 어디쯤엔
언제나 한 여자가 앉아있다
도수 높은 검은 테 안경을 쓰고
길지 않은 머리가 늘 헝클어진 여자
귓뒤의 흉터가 졸음에 꺾인 고개 때문에
언제나 감추어지는 여자
오늘도 눈가가 푸석푸석한, 가끔
굽 높은 구두 밑으로
손 지갑을 떨어뜨리는 여자
나는 그 여자가 좋다
원고지를 안고 밤을 지샜을까
술잔에 새벽을 덮고 일어섰을까
옆에 앉은 남자가 자리를 고쳐 앉고
아무리 살펴도 정붙일 곳 없어 보이지만
더러 마주치는 눈길을
내가 피 할 수 없는 여자, 참 좋은 여자
오늘도 나는
다음 다음 역에서
그 자가 남긴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앉아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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