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

 

놓아야지 놓아야지 하면서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는
세상의 욕심들
산사의 향불 위에 사르고 올까
내소사로 갔습니다

일주문 지나
하늘을 가려버린 키 큰 전나무와
땅으로 내려앉은 앉은뱅이 대나무들
말은 않지만 서로 속진 응어리
바람소리에 묻어 있습니다

절 집 앞을 지키는 이들도
저렇듯 버리지 못하고 사는데
하물며 이 속물이야

가진 욕심 사를 생각도 못한 채
머리에 눈을 이고 맑은 꿈에 잠긴
대웅전 꽃살 무늬만 바라보고 섰다가
돌아 나왔는데
술 저문 버스 칸에 앉아서야
내 마음 하얗게 빈걸 알았습니다




| 채석강
| 그 여자가 좋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