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 붙잡혀
공원길 옆으로 은행나무 가로수들 늘어서 있었습니다 저녁햇살이 바람을 몰고 오데요 나뭇잎들 떨어지며 춤을 추었어요 이별이 그리도 아름다웠나 봐요 붉은 색 아스콘 포도위로 온통 노란 물이 들었지요 걸음이 느린 사람들 마음이 여린 사람들 모두들 밟고 지나갔어요 즈려 밟혀도 눈물겹도록 고운 그 빛깔엔 무엇이 묻어 있는지 잘 익은 포도주 맛이 났어요 그러다 가지에 건반소리라도 울리면 은행잎들은 우루루 몰려 춤을 추다가 내 뒷굼치를 잡곤 했지요 딱히 할 말이 없어 막막하게 그냥 그대로 붙잡혀 서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데요 나중에 안 일인데 한참 나중에 안 일인데 그 날 그 길에 붙잡힌 사람들, 모두가 마음에 병 하나있는 사람들이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