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산은 아직 두터운 옷을 벗지 않고 있습니다 아침연기가 끊어진지 오랜 도시에서 밤새 멀미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손을 뻗쳐 잡게라도 할 량으로 긴 산자락을 그냥 두고 있습니다
성문안에도 차가운 안개 그대로인데 계곡을 봉인하고 있던 얼음장 밑에선 벌써 붙들고 뿌리치는 이별이 시끄럽습니다 겨우내 정갈한 꿈을 키워 졸거리며 품을 떠나는 모양입니다만 왠지 모두 마음놓지 못합니다 산벚나무 허리를 감싸안고 선 햇살도 아직은 마주 오는 바람과 눈을 피합니다
묵은 소원이나 새 소원이나 모두 인수봉 너른 품으로 받고 있는 북한산도 계곡이 풀리는 근심에 오늘은 산새 한 마리 짧은 울음으로 잠깐 기침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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