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훔치다

 

본시 그리할 마음은 아니었으나 그 날 밤 남한강 달빛 너무 곱고 그 사람 눈동자 너무 맑아 혹시 지나던 바람이라도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늦은 밤을 지 키듯 부엉새 울음소리 가끔 강물 위에 일렁거리고 저 멀리 갈잎에 숨어 든 하얀 어둠이 너무 스산하여,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간이 적막이 묻은 숨소리 오갈 때 봉 긋이 솟은 조약돌이나 석류 속 보다 말간 그의 가슴이 새벽이면 쏟아져 내릴 찬 서리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살짝 입술을 덮어 준다는 것이 그만




| 오이도
| 벚꽃 지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