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 아닌 것이다

 

관악산 불성사 오르는 길에 죽어 가는 소나무 하나 서있다 지금은 두 어깨에 팽팽한 한 전깃줄을 걸고 있는 전신주가 되었지만 누대를 이어온 태생은 원래 오가는 사 람들의 길이나 안내해주고 더러 저 아래 속세에서 묻어오는 먼지나 털어 주곤 하 던 터였다

운명이 바뀌던 날, 그의 목에 까맣게 빛나는 전깃줄을 걸어 줄 때만 하여도 자신이 마치 캄캄한 불성사에 환한 불심이라도 밝히는 양 좋기만 하였다 오가는 스님들 도 몸을 던진 그의 공양에 등을 어루만져 주었고 옆에 있는 상수리나무도 부러운 듯 그의 앞에선 가지를 내리기 일수였다

비바람 눈보라가 긴 긴 전깃줄을 타고 눌러도 힘들고 아픈 줄을 몰랐다 그 고행의 끝에 올 피안의 세계가 부처의 세계요 저 수많은 중생들의 업보를 대신 진다고 생 각하니 어느덧 그가 곧 부처였다

그러나 그 길목의 세월도 흘러 소나무 자라면서 팽팽하던 전깃줄이 서서히 목을 파고들더니 이제는 식도까지 짓눌러 물을 삼키기 어렵다 탄탄하던 피부는 시커멓 게 부풀어 진이 흐른 지 오래고 가지고 비비틀리면서 청청하던 솔잎도 발갛게 타 들어가고 있다

밤마다 아픔은 더해 어제는 지나가던 바람을 불러 엉엉 울어도 보았지만 대웅전 앞마당 불빛만 환할 뿐 절집 조차 조용하였다 오늘도 지나가는 손에게 나는 부처 가 아니라고 이 전깃줄 좀 끌러달라고 소리쳐 보지만 죄 많은 중생이 알아들을 리 없고 한때의 영화에 샘이 난 상수리나무 쳐다 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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