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치 않은 꿈3

당치 않은 꿈 3

 

 

어느 산골에 가서

어느 이름모를 산골에 가서

나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싶다

 

아침에는 이슬 한 병

점심에는 막걸리 한 병

저녁에는 맥주 한 병

밤이 깊어지면 양주라도 한 병

 

다음날 아침에는 영자를 불러다가

점심에는 숙이를 불러다가

또 저녁에는 옥이를 불러다가

밤이 늦으면 쏘냐를 불러다가

한바탕 질펀하게 놀아보고 싶다

 

마감 넘긴 원고도 없고

결재일 지난 독촉장도 없는

실수로 쏟아진 나의 치부도

코 꿰어 끌려가야 할 권력의 그림자도 없는

깊은 산골에 가서 마음껏 놀아보고 싶다

 

새벽 찬 바람에

행여 술이라도 깨면

세상으로 다시 기어 나올까

문 앞에 대문 앞에

구겨진 체면 하나 크게 세워둔 채

마음 놓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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