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일기
우중일기 雨中日記
구봉도 앞 바다에 배 한 척 떠있다
주룩주룩 하늘을 가르는 빗줄기에
가라앉지도 못하고 뜨지도 못하고
시름만 풍랑처럼 펄럭인다
건너편 뭍에는 나이든 소나무가
까페의 처마에 붙들려
왜소한 풍경을 만들며
데칼코마니처럼 마주보고 서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그 관행화된 부자유에
나지막이 동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뭍이나 바다나
속이 허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치, 오래된 기억을 밟고 서 있는 사람이나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며 서 있는 사람
모두 다 그리움의 크기는
마찬가지이듯 말이다
다만, 이 젖은 풍경에
우산을 받치고 함께 서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속마음만
애타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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