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거나 지지 않거나

지거나 지지 않거나

 

 

꽃잎을 밀고 나오는 새순은

반가움인가요 아쉬움인가요?

그 꽃잎을 날려 보내는 바람은

사랑인가요 시샘인가요?

 

한 밤을 자고 나면

불꽃처럼 화르르 피어나는

눈부신 개화로

내 속빈 마음을 사로잡던

화사한 꽃잎들

세상을 다 가질 것 같더니만

채 열흘을 살지 못하고

어제 모두 춤추듯 사라졌습니다

 

마치

내 입술에 오래 살다가

말없이 일어서곤 하던 그 여자의

비밀스런 행적이 드러날까

서둘러 떠나는 듯 하였습니다.

 

아니 그래도

우리 사랑 견고하고

봄보다 튼튼하건만 말입니다

지거나 지지 않거나

그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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