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이름
독도의 이름
그의 이름은 독도가 아닙니다
거센 바람을 가르고
검푸른 파도를 헤치며 다가가
목청껏 소리쳐 불러도
묵묵한 채 대답이 없는 까닭은
캄캄한 밤을 지새고
동도의 아침 해가 붉게 떠오르면
둥지를 날아오르는 괭이 갈매기들
끼륵끼륵 소리 내어 불러보아도
하얀 포말만 흩어질 뿐 말이 없는 것은
그의 이름이
외로운 독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은빛이 찬란한 바다 위에
쇠오리, 재갈매기, 솔개들이 물을 차고
다시마향이 가득 베인 가파른 기슭 마다
민들레, 괭이밥, 술패랭이, 땅채송화, 개여뀌
사시사철 지천으로 피는 것은 그가
수 천 수 만 수억의
이름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겁을 변함없이
바다 밑으로 두 손 꼭 잡은 채
왜소한 나라에서 불어오는 불량한 바람까지도
쓸어안아 잠재우는 그는
맨 처음 단군이었고 이사부였으며 안용복이었고
홍순칠이었으며 마당쇠였고 나으리였으며
그리고 영이요 철수요 바로 나입니다
그의 이름이 바로 우리의 이름이요
우리가 곧 그였기에
이 먼 육지에서도
큰 소리로 그를 향해 나의 이름을 외쳐보면
넘실대는 동해의 물결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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