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면앙정
가을 면앙정
손님은 햇살뿐이다
오래 전에 바람 조금 머물다 간 듯
떡갈나무 단풍나무 잎사귀들
여기저기 뜰 안에 누워있고
고요, 한 가닥 추녀 끝에 늘어져있다
낯선 듯 지나가다
다시 돌아오는 다람쥐나
대숲에서 소나무로 소나무에서 참나무로
사뿐사뿐 옮겨 앉는 산새도
몸짓만 있고 소리가 없다
세 칸 정자에 들어앉은
저 넓은 봉산들도
곳곳이 바삐 가을을 걷고 있다마는
적막하기는 마찬가지다
감잎 보다 붉은 서러움
쏟을 데 없어
몰래 혼자 올라온 면앙정
정작 달래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눈치만 보다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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