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눈이 멎은 자리에
얇은 햇살이 인다
보라색 히야신스 같은 입술이
나지막이 다가와선
긴 겨울을 훔쳐가듯
땅이 가볍게 떤다

뿌리에 숨은 마른 가지의 이야기가
숨죽인 채 움으로 솟을 채비를 하고
빈 주머니에 묵은 먼지를 털어 내던
사람들의 발자국에는
계절이 향을 담는다

바람이 풀어놓은 아이들
마당 가운데서 천방지축이고
담 밑 양지바른 뜰에는
무거운 2월이 녹는 소리

가슴에 묻어둔 눈송이 하나
파랗게 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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