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희귀한 행복

 

김철수씨는 오늘 월급을 탔다. 79만 6천2백원, 이것저것 공제하고 따뜻한 현금으 로 그가 취한 돈이다. 십 년 전 구로동에 있던 회사에서 받아보고 처음 대하는 월 급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액수까지 비슷하지만 지금 그의 가슴은 같지 아니하다. 받아든 두 손에서 속주머니까지 가는 길이 어찌 그리 멀고 두려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잘나가던 시절 그가 빚 값에 집을 내주기 전만 해도 이 정도면 미아리 하우 스에서 단 한번의 배팅으로 챙기던 돈이다. 어디 그뿐이랴 회사에서 쫓겨나기 전 그가 공금으로 사들이던 주식의 한 주 값에도 지나지 않는다. 온 집안 풍비 박산 내고 국영호텔로 끌려가기 전에 즐기던 경마로 치면 주말 한 경주에 눈감고 넣어 도 이 정도는 건져내던 돈이다. 마작이며 경륜이며 슬롯머신에 이르기까지 잡기 의 귀재라던 그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지만 언제나 오늘 월급 정도는 맛뵈기 씨 돈에 지나지 않던 돈이다.그런데 오늘 김철수씨는 자꾸 손이 가슴으로 간다. 혹시 날아 가버리지는 않을까, 전에 없이 먼 먼 집으로 가는 이 길이 그래도 오늘은 참 좋기만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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