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카페에서

 

술잔을 끌어안는다
하얀 거품에 묻어나는 말들을 닦아낸다
지우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지독히도 남기고 싶기에

어둠에 젖어 눅눅해진
장식등 아래 휘청거리는 눈빛이나
일정하듯 일정치 않은 술병의 기울기도
서로를 간절히 붙잡고 있지만
우리는 무엇하나 남기지 못한 채
속으로만 타오르다 마는
보름밤의 안개꽃이다

미세한 아침조차 거부하는
꽃병에 갇힌 시든 장미의 아우성처럼
우리는 공허한 기수일 뿐
그 흔한 사랑 하나 붙들지 못한 채
밤새 술잔만 붙잡고 사정하는
왜소한 남남이다




| 성산대교 참새
|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