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나도 너처럼
넓은 가슴을 가지고 싶다
거침없이 흘러가
저 무례한 바다와 당당히 맞서는
그런 가슴이고 싶다

가다가 섬 하나 있으면
불끈 안아주고 가는
뜨거운 피를 가진 가슴이고 싶다

나도 너처럼
깊은 속을 가지고 싶다
황토물이 쓸고 가는 가재도구며
옆구리를 스며드는 폐수의 역겨움도
꾹꾹 삼켜 삭이는
깊디깊은 뱃속이고 싶다

다릿발이 내리 눌러 젖은 살이 터져도
내색 없이 푸르기 만한
속 너른 얼굴이고 싶다

하찮은 세상일에 욕심 다 쓰고
더 내두를 것 없어
풀썩 주저앉은 사람들
한번쯤 말 걸어주고 가는
그런 너를 닮고 싶다




| 겨울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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