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나무 벤치에 눈이 떨어진다
그냥 지나쳐도 좋을 바람이
생각이 되어 홀로 남는
겨울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명주옷을 걸친 풀잎들이
언 땅에 서걱이며
여름날 던져놓은 바랜 입술을
힘겹게 거두고 있다

흐르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시간은,
닫혀진 수도꼭지처럼
대답하지 않아도 되고
잠시 잎 진 나뭇가지에
쉬어 가면 될 것이다

겨울이 깔린 긴 산책길에
기다림처럼 머뭇거리는
해거름이 발목을 묻고
혼돈처럼 꽃을 만든다

비어있기에 더욱 무거운 공원 한구석
사랑 보다 서툰 눈발만
한 점씩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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