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늘 걸어서 학교에 가고
또 그 길로 집으로 되돌아오던
좁은 길 양 섶으로는
언제나 수북한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땅도 얼어 고무신 바닥으로 냉기가 돌던
겨울엔, 지난가을에 누렇게 엎드린
잎들 위로 서리가 하얗게 앉아
은빛이 눈부신 신비한 아침을 만들기도 했다
붙어 있던 논배미에 얼음이 풀리고
조그만 가슴팍에 바람이 솔솔 드는 봄날엔
실없이 돌부리를 툭툭 차고 가다가 연두색
새싹을 발견하고는 쪼그리고 앉은 채
요리조리 만져보며 신기함에
넋을 잃고 있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돋아나기 시작한 아직도 이름을 모를
그 풀은 언제나 나보다 먼저 쑥쑥 자라
여름이면 멀리서 오는 이장어른 자전거를 피해
길섶에 붙어 설 때
내 종아리를 지나
허벅지를 살살 간지르기 일쑤였다
어느 날 다리 절고 말 더듬는 종한이 형이
촘촘한 싸리 다래끼에 양 섶의 풀들을 척척
베어 담는데 어찌나 단정히 깎아 나가는지
풀들조차 기뻐 생기에 넘치는 것 같기도 했다
어김없이 가을이 오고 그 길로 지나간 사람들이
던지고 간 온갖 생각에 눌려 누렇게 변한 머리위로
하얀 서리를 이고 사는 그 길섶의 풀들
지금도 내게는 신비롭고 간지럽고 단정하고
은빛 눈부시기만 한데
아직도 그 풀 이름은 모르고
왜 해마다 다시 돋아 자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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