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봄에



보문사 석실 앞마당에 오래된 향나무 한 그루 서 있 다. 그 붉고 찰진 속살은 다 내어준 채 꺼칠한 모습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은 것을 보면 뿌리는 저만치 대웅전 밑에 두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이따금 바닷바람이 헉헉거 리며 올라와 방금 말린 소금기를 가슴에 대면 둥둥거리 는 설레임이 일어나 좌정을 못하는 것을 보니 범종각 쪽 에 뿌리를 튼 것 같기도 하고 또 속절없는 세상 사람들 이 꾹꾹 우겨 넣어준 시멘트 속살에 숨이 막히는지 산 벚나무 가지를 물고 바람이 내려와도 향을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목탁소리에 향불 오르는 석실 쪽인 것 같기도 하다. 세월이 지나도 머리가 파랗기만한 보문사 향나무 앞에 서서 하루종일 뿌리를 찾다가 오동나무 꽃잎 지는 소리만 듣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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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촌리 463번지의 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