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표류 하는 밤

 

눈앞에 가득한 직사각형의 바다
녹슨 굴뚝 옆으로 뱃가죽이 두꺼운
검은 파도가 몰려와선
죄 없는 교회당 탑신에 부딪친다
포말은 흩어져 만선의 꿈에 젖은
허기진 사람들을 삼키고
무리진 갈매기들은 한바탕
저 기름진 나라의 언어로
무채색의 평화를 노래하고 간다

어지러이 널린 파선에
지겨운 목숨 하나 안간힘을 쓰지만
무심히 스치는 쾌속선은
젖은 체온을 내리고 갈 뿐

아름다운 빛의 반어가
무거운 바다의 지붕을 덮어 나오고
속옷이 얇은 이들이
황홀한 밤바다의 향연을 준비하는데

그 한 귀퉁이
용케도 침몰하지 않은 무각형의 항변 하나가
희망으로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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