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6월 낙산사에는 가지 말일이다
의상대 앞바다에 가는 비라도 뿌리면
먼 고깃배들 바라보는
해동관음보살 시름이 너무 크다

조심조심 접어 내려간 홍련암 뜨락에
붉은 눈물 뚝뚝지는 해당화 몇 송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면
차마 걸음 돌려놓기 힘들 것이다

군데군데 댓잎에 물방울이 맺히고
바람이라도 따라와
헌 가슴에 숨긴
부끄러움 다 내어 놓으라 하면
아무 말 말고 그렇게 할 일이다

괜히 이리저리 핑계 대다
연못 위에 둥둥 떠다니는
외로운 독경소리 피해
원통보전 앞마당에라도 들어서면
정말 큰일이다

돌탑을 비껴 앉은 보리수나무
이슬비에 고개 숙인 채
촉촉이 내뿜는 그 짙은 향기에 빠져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
한 둘이 아니다


| 도촌리 463번지의 초가
| 열두 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