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언덕빼기 텃밭으로
허리 굽은 햇살이
힘겹게 기어오르고
낮은 안개는 텅 빈 도랑 하나를
훌쩍 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태연한 오늘이
또 가난으로 당신을 맞고 있는데도
땀내 배인 소매 끝 고치시며
긴 이랑에 몸을 낮추십니다

여윈 등 아래로
덕지덕지 아픔이 묻어난
호미자루 만지시는 손
꽃도 숨을 죽인 채
향을 내지 못합니다

밤새 돌아누워 눈물 적시던 어깨 위에
외로움 보다 단단한 사랑이 맺혀있고
수건 누른 머리위로
흰나비 한 쌍 나래를 접습니다

당신은 꽃이십니다
우릴 열매맺을
가슴 저린 꽃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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