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저문 하늘에 무리 지어 피어올랐다가 우듬지 가늘게 떠는 밤이면 달빛처럼 스러지는 시린 꽃 무리가 있다
갈대밭 여기저기 해조음이 쏘다니고 수런수런 북녘의 이야기가 어둠에 젖어갈 때면 지친 목숨을 놓듯 한 장 빛 바랜 깃털이 흩어지고
날개가 있어도 날개로 날지 아니하고 다리가 있어도 다리로 서지 않는 하나로서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뼈 속 깊은 미완의 아픔
오늘도 저 수만 마리 장엄한 향연의 뒤에 떨어지는 별을 닮듯 아득히 불타오르는 돌아가지 못할 외로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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