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지 않아야 한다
11월엔 혼자 걷지 말아야 한다 길가의 코스모스가 잎을 다 던졌다고 마음놓아서는 안 된다 불쑥 불어닥치는 방향도 없는 바람에 은행잎 보다 노랗게 물든 지난 스무 살이, 철없이 눈물을 불러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싸늘한 도시의 하늘에 낮 달이 높이 있다면 길 돌아가야 한다 탐스런 송이로 고개를 쳐든 입국(立菊)처럼 당돌하게 쳐다보다가는 가을이 놓고 간 빛 바랜 채무만 속수무책으로 떠 안기 십상이다
비록 무겁고 칙칙한 잎새들이 시들한 사랑을 접어 거리에 묻고 있더라도 못 본 채 하는 것이다 물빛이나 햇빛이나 부서질 듯 여리기는 마찬가지인데
사랑인들 어찌 온전할 것인가 외투자락에 묻은 땅거미를 잡으며 와락 달려드는 낯선 바람에 정 주지 않으려면 11월엔 혼자 걷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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