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말 입니다
단풍 말인가요, 오대산으로 갔었지요. 날 잘 잡은 시월 셋째 주 일요일 그 달콤한 새벽잠 밀어내고 수원 북문 앞에서 관광버스를 탔답니다. 고만고만한 세 집 부부 가 말입니다. 얼마 만일까요 차창 밖으로 아침햇살을 본지가, 눈꺼풀도 파르르 떨 더군요. 진고개 산마루에서 오르기 시작한 산행은 어찌나 신나던지 발걸음이 날 씨보다 맑았습니다. 그런데 웬 일입니까, 노인봉에서부터 백운대 구룡폭포 만물 상을 다 지나도 단풍이 보이지 않데요. 들다가 만 것 같은 칙칙한 색깔에 마음 더 상하더군요. 에라 주차장 다 내려와서 감자부침에 막걸리나 한 사발 하려고 앉았 습니다. 어어 그런데 노란 조 껍데기 술이 한 순배 돌아가자 선영엄마 경은엄마 한수엄마 신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올 한해 신랑 손잡고 관악산에 오른 게 몇 번 이고, 여름날 제주 앞 바다 별장의 밤은 어땠고, 배우자던 살사 댄스는 왜 쑥 들어 갔냐고, 이제 오대산쯤은 우습고 하얀 눈 가득한 날 태백산에만 갔다오면 세상 더 행복한 게 없다고 집에서 밥 쫄쫄 굶고 있는 아이들은 다 잊은채 가을 바람에 목 타 연신 술잔이 입으로 가더군요. 그 날 길 막혀 녹초가 된 채 집으로 돌아온 날 그 먼 오대산을 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단풍은 그 곱고 고운 단풍은 이미 가슴 속에 발갛게 들어 있는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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