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산마루를 타고 내린 빗줄기
대마 밭 쓸고 온 바람을 만나더니
눈을 뒤집는다

억센 팔뚝 걷어붙이고
철도 안든 가로수 한 그루
불끈 뽑아 던지더니
고압선 철탑에 뱃심을 댄다
징징거리는 전선이 사지를 뒤틀며
검붉은 눈물을 쏟아내도
광기 서린 물기둥은 끄떡도 않고
지천에 시추공을 박는다

포구에 목을 맨 채
굴비처럼 묶여있는 선체에
숨어있는 적막도
거친 발길로 걷어차고 가는
저 무의식의 환각
물보라 자욱 흩어지는
불특정 다수의 패배

누가 잠재울 수 있단 말인가




| 6月 山河
| 프렌치쿼터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