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산마루를 타고 내린 빗줄기 대마 밭 쓸고 온 바람을 만나더니 눈을 뒤집는다
억센 팔뚝 걷어붙이고 철도 안든 가로수 한 그루 불끈 뽑아 던지더니 고압선 철탑에 뱃심을 댄다 징징거리는 전선이 사지를 뒤틀며 검붉은 눈물을 쏟아내도 광기 서린 물기둥은 끄떡도 않고 지천에 시추공을 박는다
포구에 목을 맨 채 굴비처럼 묶여있는 선체에 숨어있는 적막도 거친 발길로 걷어차고 가는 저 무의식의 환각 물보라 자욱 흩어지는 불특정 다수의 패배
누가 잠재울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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